공간, 빛, 구조에 대한 디자이너의 기록

낮은 천장 아래서 드는 생각

마틴디자인랩 이미지

최근 한 지인의 오피스 리뉴얼을 도와주며 다시 한번 ‘높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면적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천장이 낮은 탓에 공간 자체가 숨이 막힌다는 인상을 줬다. 단순히 구조의 문제일까, 아니면 빛과 동선, 시선의 흐름 같은 복합적인 요소 때문일까. 그 현장을 나와서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천장고가 맴돌았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공간이란 게 도면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책상 위에 펼쳐놓은 평면도에서는 결코 감지할 수 없는 압박감이나 안도감이 실제 공간에서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구조적으로 설명하기 애매한 이 ‘느낌’이 결국 사람의 몸과 시선, 그리고 빛의 관계 안에서 결정된다는 걸 자주 경험하게 된다.

예전에는 구조만 잘 나오면 공간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구조가 완성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다고 본다. 빛이 들어오는 각도, 창문의 위치, 가구의 배치, 벽지의 질감까지 모두가 ‘사는 공간’으로 이어지기 위한 유기적인 조건이 된다. 특히 작은 공간일수록 이 디테일들이 더욱 큰 차이를 만든다.

이런 고민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일상 속의 평범한 장면에서도 디자인의 실마리를 발견하곤 한다. 가령 동네 카페의 테이블 간격, 오래된 주택의 계단 너비, 지하철 환기구에서 올라오는 빛의 방향 같은 것들. 주변의 물리적 조건들이 어떤 인상을 만들어내는지를 꾸준히 관찰하는 게 내 일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답이 없고, 그래서 더 흥미롭다. 같은 구조 안에서도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아늑함을 느낀다. 이런 주관적 경험들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언어로 정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이 기록을 남긴다.

사람이 살고 움직이는 공간이라면, 결국 감각이 가장 진실한 기준이 된다. 도면에는 나타나지 않는 감각의 조각들을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건 앞으로도 내가 계속 붙잡고 가야 할 질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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